법무법인 문장 동방봉용 변호사
법무법인 문장 동방봉용 변호사

의료법 제22조는 의료인에게 진료에 관한 기록을 갖추어 두고 환자의 주된 증상, 진단 및 치료의 내용 등 의료행위에 관한 사항과 의견을 상세히 기록하고 서명하여야 할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의료법 제23조에서는 전자의무기록에 관한 규정을 두어 진료기록부등을 전자서명법에 따른 전자서명이 기재된 전자문서로 작성·보관할 수 있도록 하였다.

진료기록부등을 거짓으로 작성하거나 고의로 사실과 다르게 추가기재·수정하여서는 안 되며(의료법 제22조 제3항), 이를 위반한 경우에는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의료법 제88조 제1호).

최근 이와 관련한 판례가 있어 이를 소개한다(대법원 2022. 8. 19. 선고 2022도4063).

사건의 개요는 다음과 같다. 병원장 A는 의사 B를 고용하여 특수영상(방사선) 판독업무를 담당하게 하였다. 그런데, B가 공중보건의로 근무하게 되어 더 이상 병원에서 일할 수 없게 되자, B에게 판독업무는 계속하되, A명의로 판독소견서를 작성하면 건당 일정액을 지급하겠다고 제의하고, B는 이에 동의하였다. 이후 A와 B는 공모하여 2014. 2. 6.경부터 2015. 9. 10.경까지 위 병원장 명의의 아이디로 전산프로그램에 접속하여 원격으로 판독소견서들을 작성하고 작성인란에 ‘전문의 A'라고 입력하여 판독소견서를 거짓 작성하였다는 혐의로 기소되었다.

이에 대하여 하급심(서울중앙지방법원 2022. 3. 24. 선고 2020노3142 판결)은 ‘의료행위를 한 의사인 B의 적법한 서명이 있었다면 이 사건 판독소견서는 의료법 제22조 제1항의 진료기록부등으로 볼 수 있으나, 구 전자서명법은 기술적 안전성과 신뢰성이 담보된 공인전자서명에 대해서만 법적 효력을 부여하여 왔고 이 사건 당시 시행되던 구 전자서명법하에서 의료법상 전자의무기록은 공인전자서명이 있어야 비로소 의료인의 서명이라는 요건을 충족하게 된다. 공인전자서명 이외의 전자서명이 있을 뿐이거나 전자서명 자체가 없을 경우에는 의료법 제23조 제1항이 규정한 전자의무기록으로서 효력을 가질 수 없다(대법원 2013. 12. 12. 선고 2011도9538 판결). 그런데, 이 사건 판독소견서가 작성된 2014. 2. 6.경부터 2015. 9. 10.경까지 사용되던 병원프로그램에는 공인전자서명 기능이 구비되지 않았고, B는 A의 아이디를 입력하여 병원프로그램에 접속한 후 특수영상에 관한 소견을 입력하였을 뿐이며, 공인전자서명이 이루어진바 없다. 따라서, 관련법령이 정한 적법한 서명 자체가 이루어지지 않은 경우에는 의료법 제23조 제1항의 전자의무기록이나 같은 법 제22조 제1항의 진료기록부등이 작성되었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이 부분 공소사실은 무죄로 판단하였다.

다만, A는 자신이 운영하던 병원에서 공인전자서명 기능이 구비된 프로그램을 사용했어야 함에도 이러한 장비를 갖추지 않은 채 B에게 영상판독 업무를 제안하였고, 공인전자서명을 할 의무가 있었던 B의사는 서명을 누락하여 공인전자서명을 하지 않은 점에 대해서는 공동정범으로서 유죄를 인정하여 각 벌금 400만원을 선고하였다. 이를 대법원이 수긍하였다.

위 사건은 언뜻 보면 이해하기 어렵다. 죄형법정주의와 범죄행위에 대한 처벌은 행위시 법률에 따른다는 형법상 원칙을 이해하여야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다(형법 제1조). 이 사건 행위 당시에는 전자서명법에 따른 공인전자서명이 없어 의료법 제23조 제1항의 전자의무기록이나 같은 법 제22조 제1항의 진료기록부등의 효력을 가질 수 없고, 따라서 위 조항으로 처벌할 수 없다. 다만, 판독소견서는 여전히 진료기록부등에 해당하므로 서명할 의무 있는 자의 서명이 누락된 것으로 보아 처벌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진료기록은 진료를 담당하는 의사 자신으로 하여금 환자의 상태와 치료의 경과에 관한 정보를 빠뜨리지 않고 정확하게 기록하여 이를 그 이후 계속되는 환자치료에 이용하도록 함과 아울러 다른 의료관련 종사자들에게도 그 정보를 제공하여 환자로 하여금 적정한 의료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하고, 의료행위가 종료된 이후에는 그 의료행위의 적정성을 판단하는 자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도 중요하다(대법원 1998. 1. 23. 선고 97도2124 판결). 특히, 의사의 서명은 진료기록부의 정확성과 적정성을 담보하기 위함이므로 이를 누락하면 안 된다.

위 사례를 통해 해당 환자를 직접 진찰한 의사뿐만 아니라 특수영상을 분석하여 해당 환자의 상태 및 병증에 관한 의학적 소견을 기재한 의사 역시 진료기록부등에 서명할 의무가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나아가 의료인으로서 진료기록은 ① 정보제공, ② 환자의 알권리 보장, ③ 의료행위의 적정성을 판단하는 자료로써의 기능과 함께 추후 의료분쟁이 발생한 경우 기초적 자료이자 중요한 자료로 활용된다는 점에 유념하면서 상세하고 구체적으로 작성할 필요가 있다.

저작권자 © e-의료정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