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과 법률] 의료법·변호사법으로 살펴본 ‘손해사정사의 업무범위’
[건강과 법률] 의료법·변호사법으로 살펴본 ‘손해사정사의 업무범위’
  • 동방봉용 법무법인 문장 변호사ㅣ정리·한정선 기자 (fk0824@k-health.com)
  • 승인 2022.11.03 1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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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방봉용 법무법인 문장 변호사

손해사정사는 보험사고에 따른 손해액 및 보험금의 사정에 관한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을 말한다(보험업법 제185조). 손해사정사를 업으로 하기 위해서는 금융감독원장이 실시하는 시험에 합격하고 일정기간의 실무수습을 마친 후 금융위원회에 등록해야 한다(보험업법 제186조).

손해사정사의 업무는 ①손해 발생 사실의 확인 ②보험약관 및 관계 법규 적용의 적정성 판단 ③손해액 및 보험금의 사정 ④위 업무와 관련된 서류의 작성·제출의 대행 ⑤ 위 업무 수행과 관련된 보험회사에 대한 의견의 진술 등이다(보험업법 제188조).

그런데 위와 같은 업무범위를 넘어 교통사고로 입원한 환자들을 대상으로 손해사정사가 접근해 보험금 청구와 관련된 사항을 대행해주고 이에 관한 대가를 받는 사례가 종종 있다. 언뜻 보면 손해사정사의 업무범위에 포함된 것처럼 보이지만 이는 과연 적법한 것일까.

이와 관련해 최근 손해사정사가 보험금 청구·수령 등 보험처리에 필요한 후유장애 진단서 발급의 편의 등을 목적으로 환자에게 특정 의료기관·의료인을 소개·알선·유인하면서 그에 필요한 비용을 대납해준 후 그 환자가 수령한 보험금에서 이에 대한 대가를 받은 경우 의료법 및 변호사법위반인지 여부에 관한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대법원 2022. 10. 14. 선고 2021도100446 판결).

먼저 의료법 위반과 관련해 문제 된 것은 위와 같은 행위가 환자의 유인·알선행위 등을 금지하고 있는 의료법 제27조 제3항을 위반한 것인지 여부이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위 조항의 입법취지는 의료기관 주위에서 환자 유치를 둘러싸고 금품수수 등 비리가 발생하는 것을 방지하며 의료기관 사이의 불합리한 과당경쟁을 방지함에 그 목적이 있다고 하면서 위 조항은 소개·알선·유인행위에 따른 의료행위와 관련해 의료기관·의료인 측으로부터 취득한 이익을 분배받는 것을 전제로 한다고 했다.

그 대가를 의료인으로부터 받는 것을 전제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손해사정사가 보험금 청구·수령 등 보험처리에 필요한 후유장애 진단서 발급의 편의 등을 목적으로 환자에게 특정 의료기관·의료인을 소개·알선·유인하면서 그에 필요한 비용을 대납해 준 후 그 환자가 수령한 보험금에서 이에 대한 대가를 받은 경우라면 이는 환자 측에서 약정한 대가를 지급한 것에 불과해 위 조항이 금지하는 행위라고 볼 수는 없다고 했다.

하지만 법률적 지식이 없거나 부족한 보험가입자를 위해 보험금 청구를 대리하거나 사실상 보험금 청구사건의 처리를 주도하는 것은 변호사법 제109조 제1호가 정한 기타 일반의 법률사건에 해당하며 손해사정사가 그 업무를 수행함에 있어 보험회사에 손해사정보고서를 제출하고 보험회사의 요청에 따라 그 기재 내용에 관해 근거를 밝히고 타당성 여부에 관한 의견을 개진하는 것이 필요할 경우가 있더라도 이는 어디까지나 보험사고와 관련한 손해의 조사와 손해액의 사정이라는 본래의 업무와 관련한 것에 한할 뿐 여기에서 더 나아가 금품을 받거나 보수를 받기로 하고 교통사고의 피해자 측을 대리 또는 대행해 보험회사에 보험금을 청구하거나 피해자측과 가해자가 가입한 자동차보험회사 등과 사이에서 이루어질 손해배상액의 결정에 관해 중재나 화해를 하도록 주선하거나 편의를 도모하는 등으로 관여하는 것은 손해사정사의 업무범위를 벗어나는 것으로 변호사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보았다(대법원 2022. 10. 14. 선고 2021도100446 판결).

교통사고 피해를 당한 후 입원한 환자들과 그 보호자들은 치료에 전념하느라 경황이 없는 경우가 많고 그 환자들 중 법률적 지식이 없거나 부족한 경우도 많다. 이러한 피해자들에게 보험금을 얼마까지 받아 줄 수 있다고 접근하는 브로커들도 상당수 있어 보인다.

대법원은 위와 같은 행위를 변호사 자격이 없고 규율에 따르지 않는 사람이 처음부터 금품 기타 이익을 얻기 위해 타인의 법률사건에 개입하는 것으로 이를 방치하면 당사자 기타 이해관계인의 이익을 해하고 법률생활의 공정·원활한 운용을 방해하며 나아가 법질서를 문란케 할 우려가 있는 행위라고 보았다(대법원 2022. 10. 14. 선고 2021도100446 판결). 변호사제도를 유지하고 있는 이상 위와 같은 우려를 불식시키려면 비변호사의 법률사무취급을 금지하는 변호사법을 준수해야 할 것이다.

특히 교통사고를 당한 후 피해를 입고 입원한 환자들에게 보험금을 미끼로 접근하는 사람들을 경계해야 하며 우선은 치료에 전념해 신체 건강을 회복한 후 어느 정도 안정이 됐을 때 법률전문가를 찾아 자신의 권리를 행사할 방법을 찾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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