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과 법률] 코로나19 백신 부작용 보상 첫 판결…그 의미는?
[건강과 법률] 코로나19 백신 부작용 보상 첫 판결…그 의미는?
  • 임원택 법무법인 문장 변호사ㅣ정리·한정선 기자 (fk0824@k-health.com)
  • 승인 2022.10.20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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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원택 법무법인 문장 변호사

코로나19 백신을 맞은 뒤 뇌질환 진단을 받은 남성에게 국가가 배상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지난 8월 19일 서울행정법원은 A가 질병관리청장을 상대로 낸 예방접종피해보상신청거부처분취소 소송에서 A의 청구를 인용했다.

1989년생인 A는 2021년 4월 29일 코로나19 백신접종을 받았는데 다음날 발열, 이튿날부터는 부어오름, 감각이상, 어지럼증 등을 겪었다. A는 5월 2일 대학병원에서 영상검사 등을 받았고 뇌내출혈, 단발 신경병증 등을 진단받았다.

이후 A는 질병관리청장에게 진료비 등 360여만원을 보상해달라고 했지만 질병관리청은 거부했다. 당시 코로나19 보상위원회는 A에게 뇌질환이 확인된 점을 고려할 때 A의 이상반응은 백신접종 외 다른 원인으로 인한 것일 가능성이 있어 인과성이 인정되기 어렵다고 결론지었다.

하지만 법원은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먼저 예방접종과 장애 등 사이의 인과관계는 반드시 의학적·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증명돼야 하는 것은 아니고 간접적 사실관계 등 제반 사정을 고려할 때 인과관계가 있다고 추단되는 경우에는 증명이 있다고 봐야 한다고 했다.

A의 증상 및 질병이 백신접종 외 다른 원인으로 발생했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백신접종으로부터 발생했다고 추론하는 것이 의학이론이나 경험칙상 불가능하다고 볼 수 없다고 하면서 A의 손을 들어줬다.

▲A가 백신접종 후 1~2일 뒤에 이상반응이 나타났고(시간적 근접성)  ▲A의 증상 중 두통, 발열 등은 아스트라제네카의 이상반응으로 알려진 것들이며(의학이론에 부합) ▲A는 백신접종 이전에 뇌질환이나 신경학적 증상이나 병력이 전혀 없었다는 점 ▲코로나19 백신은 부작용의 내용 및 발생 확률 등이 현재까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는 점 등이 재판부가 밝힌 판결 이유이다.

이번 판결은 여러 면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먼저 코로나19 백신접종으로 인한 정부의 보상책임을 인정한 최초 판결이다. 이는 현재 진행되는 다른 소송에 영향을 미칠 수 있고 앞으로 유사한 소송이 이어질 수도 있다. 또 소송을 고민하고 있었던 피해자들이 이번 판결을 계기로 소송을 시작할 수 있다.

백신접종과 부작용 사이의 인과관계를 피해자가 엄격히 증명할 필요는 없다. 대법원은 종래 예방접종으로 인한 보상책임에 대해서는 엄격한 인과관계 증명책임이 요구되지 않는다고 했는데 이번 판결도 대법원 판결을 그대로 인용했다. 소송에서는 질병관리청이 피해자에게 다른 원인이 있었음을 입증하지 못하는 이상 보상책임이 인정될 가능성이 높다.

인과성에 대해 엄격한 증명까지는 아니더라도 피해자는 백신접종과 부작용이 시간적으로 근접하고 다른 기저질환이 없다는 점을 입증해야 한다.

질병관리청의 ‘코로나19 예방접종 피해보상 사례현황 및 특성분석’에 따르면 질병관리청은 백신접종 후 3일 이내 증상이 발생한 경우에는 피해보상을 인정하는 경우가 많은 반면 4일이 지나면 거의 인정하지 않았다. 위 기간이 절대적 기준은 아니지만 부작용까지의 시간과 승소 가능성은 반비례한다는 점은 분명하다. 젊은 사람이나 건강했던 노인이 갑자기 돌연사 했다면 보상이 인정될 수 있는 반면 고혈압, 당뇨, 뇌질환 등을 오래 앓고 있었다면 그 내용을 꼼꼼히 살펴보고 소송을 결정해야 한다.

감염병예방법은 백신접종 피해에 대한 국가의 보상책임이 무과실책임이라고 규정한다. 국가는 그동안 백신접종을 강력하게 요구했는데도 피해보상에 대해서는 소극적으로 대응해왔다. 이번 판결은 피해자들에게 희망의 씨앗이 됐지만 그전에 정부가 먼저 해결할 수는 없었는지 아쉬움이 크다.

코로나19를 포함해 백신접종의 필요성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피해보상에 대한 정부의 미온적 태도는 백신접종에 대한 거부감을 키우고 결국 국민건강을 위협하는 요소가 된다. 접종 피해자에 대한 정부의 전향적 정책변화를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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